디자이너는 어떤 데이터를 봐야 하나요?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이 그렇게 중요하다던데…

혜림
8 min readApr 22, 2021

데이터 트래킹 툴이 발달하고, IT 업계가 스타트업 위주로 재편되며 디자이너에게도 데이터 기반으로 판단하고 디자인해서 구체적인 비즈니스 이슈를 해결한 경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업무를 하는 디자이너는 늘 혼란스럽기만 하다. 데이터 툴의 권한이 디자이너에게까지 안 오는 경우도 많고, 데이터가 제대로 수집되지 않는 경우는 더 많으며, 사실 기업의 데이터 자체가 영업비밀의 영역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봤던 경험의 공유도 쉽지는 않다. 이걸 내가 데이터를 봤다고 해야 하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 그를 통해 어떤 가설, 판단,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의사결정의 영역이다. 이걸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가 직접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엄청난 커리어상의 행운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에게 데이터를 보는 경험이 무용하지는 않다. 디자인을 하면서 데이터를 본다면 나름의 인사이트를 얻어 근거 있는 디자인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동안 여러 회사를 다녔던 경험상 디자이너가 참고할 만한 데이터와, 어쩔 수 있는 데이터와, 어쩔 수 없는 데이터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

DAU, MAU, ARPU, ARPPU

회사에서 운 좋게 데이터 대시보드를 전체공개하고 있거나, Firebase, Google 애널리틱스, Amplitude 등의 툴을 볼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알 수 있다. 스타트업 회사라면 이것을 KPI식의 목표 지표로 관리하는 경우도 많다.

  • DAU : Daily Active User (1일간 방문한 활성 유저)
  • MAU : Monthly Active User (1달 방문한 활성 유저)
  • ARPU : Average Revenue Per User (결제액을 전체유저 수로 나눔)
  • ARPPU : Average Revenue Per Paying User (결제액을 결제를 한번이라도 한 적 있는 유저 수로 나눔)

DAU나 MAU에서 활성 유저(Active User)를 따지는 이유는 같은사람의 중복 접속을 거르고 실제 사용자 수를 걸러내야 비즈니스상으로 의미 있는 수치가 되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서비스가 잘 나가냐에 대한 지표인데, 서비스 디자인이나 설계 자체가 아예 알아볼 수도 없게 아마추어처럼 되어 있거나 대규모 디자인 리뉴얼을 하지 않는 이상 마케팅 및 비즈니스의 시장 Fit에 더 영향을 받는 편이다.

전환률, 이탈률

  • 전환률 : 들어온 고객이 취하게 하고자 하는 액션(예:회원가입, 결제 등) 을 실행하는 비율
  • 이탈률 : 들어온 고객에서 전환률을 뺀 수치

서비스 내에서 설계나 디자인이 잘못되었을 경우 나빠질 수 있는 지표이다. 너무 단계가 많이 설정되어 있다든지, 시스템 오류가 잦다든지, 입력이 불편하다든지… 화면이 너무 복잡하고 너무 많은 의사결정을 하게 한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전환률이 낮아지고 이탈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점에서도 웬만하면 표준 방식이 잡혀있기 때문에 의도된 불편을 주지 않는 이상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는 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특히 입력폼 디자인 같은 것은 늘 디테일적으로 더 쉽게 하고자 하는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다.

전환률이나 이탈률은 제품 내 마케팅 지표이기도 하다. 버튼을 어디다 어떤 스타일링을 해서 두느냐, 가격을 어떤 방식으로 표시하느냐, 문구를 어떻게 하느냐 같은 많은 마케팅적 데이터 실험이 치열한 영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서비스를 하면서 느낀 건 한국 사람은 가격에 대해서만큼은 엄청나게 꼼꼼하고 민감하다는 점이다. 엄청나게 계산을 해서 진짜 가격적인 이득이 있다면 구매하거나 가입하고, 아니면 안 사거나 얘네들이 눈속임을 하거나 창렬(…)하다고 온라인상에 공유하는 문화가 있다. 이게 입에 발린 광고 메시지인지, 진짜 좋은 것인지를 분별해내는 데 시간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단 팬심이 있다면 예외이다) 손가락의 실수나 눈속임을 통해 특정 페이지로 넘어갔다는 행동은 데이터로 측정되지만 유저의 불쾌함이나 좀 속은 듯한 느낌은 측정되지 않기 때문에 판단할 때 주의를 요하는 영역이다.

리텐션

유저가 이 서비스를 얼마나 재이용하는가? 에 대한 지표로, 장기적인 UX /UI 설계에서 가장 중요하다. 보통 1주일 뒤에 몇%의 유저가 남고, 2주일, 3주일 뒤에 얼마나 남는가.. 를 측정한다.

극단적인 예로, 상품상세에서 좋다고 했던 후기가 완전 운영 주체가 멋대로 입력해 놓은 통짜 마케팅 페이지라서 낚여서 샀는데 실제 경험이 개판이었다거나, 서비스에 진입시마다 계속 뭘 사라, 마케팅 허용해라, 정보 내놔라, 이런 팝업을 10번 연속으로 띄웠다고 가정해 보자. 혹은 앱을 접속할 때마다 에러가 뜨거나 화면 하나 띄우는 데 한세월 걸릴 수도 있다. 한 번 기분나빴던 경험은 측정되지 않지만 유저는 다시는 이 서비스를 쳐다보기도 싫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탈을 하면 리텐션 수치 저하라는 형태로 데이터에 반영된다.

하지만 대부분 이 또한 정말 서비스 완성도가 너무 낮지 않은 이상 비즈니스 모델 자체나, 이용할 수 있는 컨텐츠나 상품의 볼륨이나, 생애 주기 등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짙다. 또 약간 운을 타야 하는 영역이기도 하고… 디자이너가 무엇을 드라마틱하게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사용성과 일관성을 높이면 리텐션 수치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정도일 것 같다.

유저는 양이 아니고 디자이너는 목동이 아닌데요

이렇게 디자인을 바꾸면, 혹은 문구를 바꾸면, 할인폭을 빨간색으로 크게 하면, 유저는 손가락이라도 미끄러져서 마케팅/사업 팀이나 대표님이 원하는 버튼을 누르고 VIP 멤버십에 가입하고 모든 정보를 아낌없이 내주고 300만원짜리 상품을 팍팍 결제하고!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정말 이것만큼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혹시 그런 일이 드물게 부분적으로 일어나도 서비스의 일관성 및 신뢰를 해치는 것이 더 마이너스가 된다고.

디자이너 및 사업의 주체는 유저의 니즈를 발굴하고 원하는 것을 하고자 하는 데 걸림돌이나 헷갈림 없이 편하게 해줄 수 있을 뿐이고, 그런 경험을 쌓아 신뢰감을 주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저가 원래 할 생각이 없거나 싫어하던 일을 어떻게든 하게끔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거나, 판단을 흐리게 해서 실수를 하게 하는 것은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디지털 환경공해 같은 것 아닐까?

데이터가 주는 인사이트를 디자인에 활용하기

데이터 툴은 은근 별의별 걸 다 보여준다. 그런 결과를 디자인에 참조할 수 있는 문제는 대체로 이런 문제일 것이다.

  • 유저는 어떤 디바이스(해상도)로 언제 주로 접속해 몇 개의 컨텐츠를 얼마나 보고 가는가? 평일과 주말의 패턴이 차이가 있는가?
  • 안드로이드/iOS 어떤 경우를 메인으로 해서 디자인해야 하는가?
  • 개발 리소스가 적다는데.. 반응형 웹은 어디까지 구현해야 하는가?
  • 회원가입 화면이 너무 복잡하고 에러율이 높아서 가입에 실패했다는 리뷰가 많은데 개선의 우선순위를 높여야 하지 않을까?
  • 이벤트로 가격을 낮췄을 경우와 아닌 경우 판매량은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 어떤 스토리텔링 및 섬네일을 사용했을 때, 섬네일 크기에 따라 판매 패턴에 차이가 생기나?
  • 특정 기능을 런칭했을 때, 사용률은 어느 정도 되는가?
  • 해외 유저들의 비율을 고려할 때, 다국어를 어드민상에서 제어할 수 있게끔 디자인해야 하지 않을까?
  • View나 구매가 높은 상품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
  • 서비스 체류시간에 변화가 있다면 어떤 이유일까?

유저 관찰하기

어떤 디자인 결과물이 성공적으로 작동했는 지 판단할 때, 또는 유저의 니즈에 대한 가설을 세울 때, 꼭 데이터 툴’만'을 볼 필요는 없다. 내 경우 가장 인상적이었던 데이터를 통한 가설 확인은, 실제 오프라인 현장에서 줄을 선 많은 인원의 대부분이 내가 만든 화면을 줄 서는 내내 띄워 꼭 쥐고 기다리는 모습을 실제로 봤을 때였다. 제품이 커뮤니티나 커머스라면, 실제로 유저들이 남기는 데이터의 패턴을 늘 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커뮤니티를 맡을 경우 유저들이 어떤 글을 남기는지, 하루에 몇 명의 유저가 몇 개의 글을 남기는지 하루에 1~2시간정도는 꼭 보는 편이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한다면, 사람들이 어떤 앱을 사용하는지 관찰한다. 아침에는 웹툰이나 뉴스를 보고, 저녁에는 유튜브나 야구중계를 보고, 중장년층은 대부분 카톡을 할 때 가장 큰 폰트 설정을 한다. 스크롤을 어떻게 하면 뭘 쓰고 있구나 한다. 담당한 서비스를 쓰는 유저가 있다면, 두세명에게라도 직접 가서 물어볼 수도 있다. 평소에 어떻게 쓰는지 보여달라고 할 수도 있다. 의외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사용성의 문제

서비스 내에서 유저가 하고자 하는 일을 막힘이나 망설임없이 실행하게 하는 것이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나 아이디어를 빨리 실행하면서도 다음 두 가지가 가능해야 서비스의 메인 지표를 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일관성을 잃지 않도록 터치 디바이스를 기본으로 한 통합 디자인 랭귀지 제작
  • 코드로 구동할 때 속도나 구현 효율에 있어 높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시스템 및 협업 프로세스 관리
  • 타깃 유저들이 이용할 법한 서비스들의 패턴을 참고해서, 그들에게 익숙한 방식 내에서 유저 플로우 및 프로세스의 복잡도 낮추기
  • 디자인 설계에 있어서의 접근성 향상

단지 이건 못하면 티가 나는데, 잘 하는 건 딱히 알아주지 않는다는 함정은… 있다. 하지만 결국은 기본을 잘 하는 것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례를 학습하고, 유저에 대해 공감하고 알아가는 마음에서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시작된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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